레깅스가 지배하는 세상
1967년 가수 윤복희가 미국에서 들어오면서
미니 스커트를 가져왔다.
귀국 후 몇 개월 뒤 패션쇼에서 미니 스커트를 직접 선보였고
앨범 재킷에도 미니 스커트를 입은 사진을 실으면서
대한민국에 미니 스커트를 알렸다.
1966년 영국의 매리 퀀트라는 디자이너가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인기와 유행을 몰고 온 의상이지만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미니스커트는 영국 전역은 물론이고 5대양 6대주로 확산돼
전 세계가 미니스커트의 열풍에 휩쓸리게 되었다.
미니스커트 발명으로 인해 퀸트가 1966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 받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수 윤복희가 미니 스커트를
한국에 처음 선보였을 때는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1960년대 말에는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이유로
경범죄 처벌 대상에 올라가 벌금형을 물기도 했다.
시대의 강물이 계속 흐르면서
디자인의 유행도 수없이 많이 변화가 되어 왔는데
2020년을 살고 있는 지금
언젠가부터 미니 스커트만큼의 이슈가 되고 있는 옷이 있다.
운동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패션인 애슬레저룩
즉 레깅스가 바로 그것이다.
레깅스(leggings)란 신축성이 좋고 보온성이 뛰어난
타이츠 모양의 바지를 말하는데
흔히 필라테스나 요가를 할 때 입는 옷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 옷이 워낙 편하다보니
평상시나 등산할 때에도 입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옷의 특성상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망하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레깅스는 여성들만 입는 줄 알았는데
1~2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레깅스는
최근 메깅스라고 부르는 남성 레깅스까지 등장했으며
그 위에 반바지를 겹쳐입는 형태이다.
사실 레깅스의 기원을 추적해보면 여자가 아닌 남자와 관계가 있다.
14세기 스코틀랜드에선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레깅스를 입었고
르네상스 시대 유럽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레깅스를 활용한 옷차림을 레깅스룩이라 하며
길이가 발목까지 오는 발목 레깅스,
발에 꿰어 입는 형태의 고리 레깅스,
레깅스 위에 짧은 치마를 덧대어 입는 형태를 치마 레깅스라고 한다.
레깅스의 재질이나 색감, 디자인도
점점 진화하고 있으며 등산이나 레저용 옷감에 주로 쓰였던
기능성이 들어간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홈트레이닝용이었던 레깅스가
일상 생활용으로 바뀌는 것을 볼 때에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고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해야 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기 개인의 편리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슨 옷 하나로 이런 얘기를 하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우리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판단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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