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와 존엄사 -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안락사와 존엄사 -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며칠 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갑자기 물어봤습니다

넌 안락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안락사?

 

안락사에 대해서는 대학생때 리포트 쓰느라 잠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였습니다

뜬금없는 친구의 질문이 나로 하여금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안락사와 존엄사라는 단어부터 혼동이 생깁니다

안락사와 존엄사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완화를 위해 적극적ㆍ직접적으로 생명단축의 시술을 행하는 것이고

이것을 보통 적극적 안락사라고 합니다

 

 

  존엄사는

의학적인 치료를 했음에도 죽음이 임박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적인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입니다

즉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 약물 투여 등을 중단

또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죠

넓은 의미의 소극적 안락사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몇 년전 있었던

김할머니에 대한 가족들의 존엄사 소송을 통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김 할머니는 폐암이 의심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조직 검사를 받다가 폐출혈과 심호흡 정지를 겪고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김 할머니 가족은 처음에는 의료진의 과실여부를 따지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신청했으나 김 할머니가 뇌손상을 입어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내 첫 존엄사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김 할머니 가족은 할머니가 입원하기 전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 경우

인공호흡기를 절대 끼우지말 것을 당부했다며

병원측에 호흡기 제거를 위한 병원윤리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병원측은 인공호흡기 부착과 치료 등을 계속하면 1∼2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며 거부했고

이에 김 할머니 가족들은 2008년 5월 서울서부지법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죠

 

최종판결에서 재판부는 환자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없이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이고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상태 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사정에 현재의 절망적 상태 및 기대연명기간, 현재 나이 등을
고려하면 환자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를 갖고
이를 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판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을 내리면서 존엄사에 대한 허용 요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판결로 인하여

품위 있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과

스스로의 생명 결정권은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뜨거운 논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존엄사법을 발의하기에 이르렀지만

찬성과 반대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아직까지 정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지요

 

 

 

존엄사에 대한 우리 나라의 뜨거운 논쟁이 있다면

외국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살펴보았습니다

네덜란드는 2000년 11월 세계 최초로 안락사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벨기에와 스위스, 콜롬비아는 시한부에 한해 안락사를 허용하는 분위기이며

프랑스는 2004년 환자가 치료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2009년 자료임 >

 

얼마전(2011.6.3) 안락사 하면 떠오르는 '죽음의 의사' 잭 케보키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잭 케보키언은 1990년대 미국에서 '죽을 권리'를 내세우며

불치병 판정을 받은 말기 환자 130명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락사를 도와주었습니다

1998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52세 환자를 안락사를 시키면서

그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했고 이 장면이 미국 시사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안락사 논쟁에 불을 지폈지요

 

 우리나라도 여전히 안락사 또는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현재진행형입니다

암환자와 암환자의 가족, 암전문의 및 일반인들 대부분은

암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노인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저의 친구는

살 가능성이 희박한 말기 암에 걸린 할머니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인공호흡기 하나에 의지하여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를 보게되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존엄사 논쟁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기에

의료계와 법조계 그리고 종교계까지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확실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